"생명의 언어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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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76회 작성일 17-05-23 10:16본문
1/16 칼럼
“생명의 언어가 절실합니다.”
우울한 세상
요즈음 갑자기 나라 전체가 우울해진 느낌입니다. 백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많은 소 돼지 닭 오리가 생죽음을 당하고 있으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가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뿐 아니다. 전직 경찰청장이 범죄 혐의를 받고 소환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니 국민이라면 허탈한 심정이 들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게다가 감사원장으로 임명받은 분이 결국은 청문회조차 한번 해 보지 못한 채 중간에 낙마하고 말았으니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한 때 잘나가던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분이 재판도 없이 사형선고를 당한 셈이니 보기가 민망합니다. 여러 번 경험하는 일입니다만 가만히 잘 있던 사람이 공연히 총리나 장관 자리에 천거되면서 이래저래 만신창이가 되고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말로 하는 것이라도 해도 과연 사람을 이렇게 짓밟아도 좋은가 하는 회의감이 일어납니다. 고위 공직자를 꼭 이런 잔인한 방법을 통해 임명해야만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저런 상황이 겹쳐 일어난 지난 한주간은 어쩐지 분위기가 무겁게만 여겨졌습니다. 내 자신에게 직접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기분이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폭력적 언어가 만드는 우울한 세상
이런 나라 전체의 분위기에 얽혀 이번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싸움 끝에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를 입학부정의 장본인으로 몰고 가는 불상사가 발행하였습니다. 버젓이 성적대로 대학의 로스쿨에 합격한 친구를 두고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그가 여당대표의 아들이라 하여 마치 매우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것처럼 몰아부쳤습니다. 물론 해당 대학 당국은 펄쩍 뛰었고, 곧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습니다.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마구잡이로 말하다가 큰 코 다치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하원의원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또한 정치인의 막말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에 제기되어 사태가 험악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 위험한 상황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을 하다 울컥한 마음에 ‘51분간’ 침묵하였다 하여 세계가 감동하고 있습니다. 막말 논쟁 앞에는 침묵보다 더 적절한 대응이 없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간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한 것은 역시 로봇천재로 불렸던 한 젊은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었습니다. 전문계고 출신 ‘로봇 영재’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한 지 1년 만에 자살을 하여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숨진 조모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내외 로봇경진대회에서 60여차례나 수상하는 등 영재성을 인정받아 전문계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카이스트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런 학생이 “영어와 미·적분 강의가 어렵다”며 죽음을 택한 것입니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카이스트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로봇에 매력을 느껴 세계대회에 나가 입상하는 등 천재성을 보이면서 인문학교에서 전문계학교로 옮겨 자신을 꿈을 찾아갔습니다. 마침내 그의 영재성을 인정한 카이스트는 그를 입학시켰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여러 가지 기본적인 학문적 준비가 되지 않은 터라 카이스트가 요구하는 영어로 하는 수학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카이스트에 가지 않고 일반대학에 갔었더라면 그는 그의 천재성을 다르게 발휘하며 넉넉히 살아냈을 수 있습니다. 과연 로봇의 천재가 굳이 영어로 수학수업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생명의 언어를!
막말도 사람을 죽이고, 유창한 고급의 외국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지나친 권력다툼과 경쟁은 마침내 죽음의 향연으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사랑의 말이 얼마나 귀하며 서로를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우리 속에 그리스도로 충만하여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언어가 곳곳에서 터져나면 좋겠습니다. 이 처절하고 살벌한 세상에서 따뜻하고 훈훈한 사랑의 종소리 같은 언어가 널리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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