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죽음, 인간의 참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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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14회 작성일 16-07-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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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죽음, 인간의 참된 삶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의 죽음


지난 5월 김홍영이라는 이름의 검사가 자살을 하였습니다. 그는 우리의 이웃동네 만덕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면 공부를 아주 잘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서울 남부지검에 근무하고 있으니 근무지도 좋은 편입니다. 그런 검사가 자살을 하였다니 충격입니다. 진경준 검사가 주식을 팔아 180억인가 하는 엄청난 액수의 차액을 남긴 일, 판사 검사출신의 홍변호사 최변호사가 50100억씩의 엄청난 수임료를 받은 일이 벌어져 사법부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가로젓게 됩니다. 서른 세 살의 새파란 젊은 검사가 자살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못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동년배들 가운데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을 의미합니다. 권력과 가까워진 자리입니다. 자살과는 거리가 멀어야 합니다. 검사의 자살은 흔히 들어볼 수 없는 뉴스입니다. 검사는 동년배 법조인들 가운데서도 우수한 사람임을 말해줍니다. 판사와 검사는 연수원 성적이 우수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였다고 모두 판사나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런 공무원의 자리는 넘볼 수 없습니다. 검사는 성격도 곧고 자존심도 높아야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남의 죄를 들여다보고 취조, 심문하고 죄인임을 판단하고 기소하는 엄청난 권한을 가진 자리입니다.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검사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종입니다. 사윗감으로 매우 인기가 있고 권력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검사가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검사가, 새파랗게 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유는 너무나 소박합니다. 윗사람 부장판사가 일을 너무 많이 시키고, 술 마실 장소 구하는 것 같은 일 같지 않은 일을 시켜 죽고 싶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유서도 남겼다고 하니 제대로 알려지면 이유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보도를 따른다면 그저 그렇게 그런 일이어서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게 이유의 전부 일 수 없다고 소리칩니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울부짖습니다. 그런데 검찰청은 별 반응이 없습니다. 한 달 이상을 그냥 뭉개더니 뒤늦게 특임검사를 임명합니다.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습니다. 검찰이 고위직 검사를 뭘 어떻게 하겠느냐고.


무엇보다 죽은 김검사의 책상 위에 남아 있었다는 컵라면 한 개가 많은 말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물론 고시공부 하면서 많이 먹은 것이어서 모셔진(?) 것일 수 있습니다. 요즘 세대가 워낙 이런 음식을 좋아하니까 검사의 책상까지 라면이 자리를 차지한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일 년에 한 번 부모님을 찾지도 못했고, 최근에는 전화통에 대고 울었다는 어머니의 하소연과 연결시키니 라면은 끼니를 때우는 수단이었을 것이 틀림없어 보여 사람들이 더욱 가슴 아파합니다.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의 삶


앞날이 창창한 검사, 죽지 않아야 할 그의 죽음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상관인 부장검사만의 책임일까요? 삶의 근거, 인생의 바른 목표를 제대로 알았으면 그렇게 쉽게 물러섰을까요? 이 땅에서 눌리고 밟혀가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취업하러 수 십번씩 원서를 쓰며 애타게 일할 곳을 찾는 또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요? 그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그의 속 깊은 심정을 헤아려 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 그렇게 순식간에 무너졌을까요?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의 삶은 어디서 맛볼 수 있습니까? 모든 책임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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