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덫에 걸리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41회 작성일 14-08-16 13:52

본문

 

대한민국, 덫에 걸리다!


 


도덕적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한국군


요즘 군대가 야단입니다. ‘윤일병이 먼저 군에 들어온 선임병들에 의한 구타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군이 한마디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참모총장이 자리를 내 놓았습니다. 육군참모총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강한 힘과 권위를 가진 자리인데, 별 수 없었습니다. 국민들의 진노가 극에 달했는데, 달리 달랠 길이 잘 보이지 않으니 우선 총장이 내려앉았습니다. 점임 국방장관이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도 견뎌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좀 더 강도 높은 조사와 처리를 해 왔더라면 이런 식의 죽음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하니, 유족들은 어쩔 줄을 모릅니다.


세월호에 이어 다시 터져 나온 군대 내부의 부패한 모습은 정말 국민들을 절망시킵니다. 그 어느 누구도 자기 아들을 이런 군대에 보내고 싶어할 턱이 없으니, 지금 대한민국 군의 지휘관들은 뼈를 깎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군 전체가 무너질 판입니다. 입대 예정자들이 조직적으로 이런 군대에 입대하기를 거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잖아도 군 복무기간을 줄이다보니 인력이 부족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위 관심사병까지 입대를 시켜는 판인데, 앞으로 군대의 질서를 어떻게 세워갈지 난감해 보입니다.


 


자기 보호에 실패하는 군인


대한민국 군대가 왜 이런 수준일까요? 40년전 제가 군대에 입대할 때에도 이런 식의 선임병은 없었습니다. 구타하는 부사관도 있었고 고참들도 있었지만, 도를 넘는 짓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이나 압박을 가한다면 쫄병들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상황을 바뀌어질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국립묘지 영현중대도 위험률이 높다는 소위 독립부대였습니다. 고약한 고참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타사건으로 부대가 뒤집혀진 역사를 가진지라 질서가 확립되어 있었습니다. 윤 일병에게 가한 그런 치졸한 짓은 당시 같은 상황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일입니다. 침을 뱉아서 먹으라하고 변기를 핥게 했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해병대에서 배 빳다를 친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그렇게 도덕적으로 추잡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고참들에게 문제 있고, 지휘관들의 안일함이 만연하다고 할지라도 역시 책임은 피해자 본인에게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정치권이나 군 내부에서 그 어느 누구도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데, 본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력이 그렇게 심한 데 왜 그렇게 맞서지 못하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편지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부하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듣도록 되어 있는 부대에서, 선임하사가 끊임없이 아들의 상태를 파악하던 내 아들의 군대생활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목숨을 잃어버릴 때까지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윤 일병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는 상관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왜 부모에게 편지를 통해서라도 상황을 알리지 않았을까? 왜 목숨을 걸고 직접 폭행의 이유를, 방법을 따져보지 못했을까? 군대 안팎에 그런 형편을 이야기할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인가? 군목은 이야기할 대상도 아니던가? 나이 20세가 넘어 군대에 입대할 정도면 얼마든지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 세대 아닌가? 그런데 그 세대의 특징을 윤일병은 전혀 갖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런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런 상태로 어떻게 적군과 싸울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젊은이들. 지독하게 이기주의적인 시대적 병폐가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사랑할 줄도, 사랑받을 줄도 모르는 무책임한 병영문화가 만들어낸 무서운 인간상실 현상입니다. 근데, 도대체 군목(軍牧)은 어디 있는 걸까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부산시 북구 낙동대로 1762번길 105(구포동)
  • TEL : 051-331-6781
  • FAX : 051-331-6786
  • Email : zionc6781@daum.net
  • 개인정보취급방침

Since 2020. Copyright @ ZIONC.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