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쉼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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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67회 작성일 14-08-26 09:2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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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쉼을 얻으려면
지난 해 말 장로님들이 제게 몇 가지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일 년에 한두달씩 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부임하면서 말씀드렸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신학대학원에서 일이년 더 근무하면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이어서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제가 제안한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안식년이라고 일 년씩이나 어디서 공부를 하거나 할 형편은 아니니까 해마다 한 두달 정도씩 연구하며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그 제안을 실천에 옮겨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부산으로 내려온 제게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주어졌습니다. 한목협에다 북기연, 부기총, 탈북난민까지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바쁘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예배당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일도 만만찮은 문제였습니다. 재개발이 지연되다 중단되고, 마침내 지역의 재개발계획이 취소됩니다. 건축을 중단하고 땅을 팔고, 다시 사고, 그 땅을 다시 팔아야 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마음에 쉴 틈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차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이 연속되면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는 3,4년전부터 매년 제 안식년을 위한 기금도 천만원씩 세웠지만, 개인적인 쉼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선교지에서 선교사들, 현지 목회자들을 위한 수련회를 인도해 달라는 요청은 꾸준히 계속되었고, 선교위원회에서 가진 예산이 없으니 안식년 예산을 사용하여 수련회 참가하는 선교사들, 현지 목회자들을 위한 경비를 한 번에 수백만원씩 지출하며 다녀오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올해는 지난 3월에 필리핀 북쪽 뚜게가라오에서 열린 독신여성선교사 수련회를 섬겨야했습니다.
이번 여름은 제 평생에 처음으로 두 주간의 휴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보다 긴 휴가를 보냅니다. 내년에 두 달쯤 물러서 있기 전에 두 주간이라도 무엇이 가능한 것인지 시험을 해 봅니다. 형제들과 함께 ‘고 이삼렬목사 자녀손 수련회’도 며칠 가졌습니다. 제주도를 돌아 지리산에서 한 주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휴가 중에 보게 된 ‘교황의 힘’에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다고 하고, 그 때문에 전 국민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국민은 ‘잘 살아보자’며 물불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 경제적으로는 제법 잘 살게 되었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불안한 삶을 살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교황은 그 틈바구니를 제대로 파고들었습니다. 교황의 방문이 세월호에서 시작하여 세월호로 마쳤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세월호 사건으로 폭발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놓고 지루한 다툼을 계속하는 바람에 모든 사람에게 불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조사위원이 되고 수사권도 가지고, 심판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일을 나무라는 정치인이 없으니....정치인들이라는 존재가 소신은 없고 눈치만 보며. 국민은 없고 패거리만 아는, 철저하게 삼류인생들이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답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표를 의식해 아무 말도 못하는 그런 무기력한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겨놓은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비는 결국 학생들의 죽음조차도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는 비열한 정치 세계를 보게 만들어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교황이 대다수 국민의 이런 복잡한 마음을 알 길이 없습니다.
휴가라고 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놓는다고 놓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 불만 모두 주님께 내려놓아야 쉼이 가능한 일입니다. 비로소....! 주님 주시는 평강이 시온성가족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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