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생각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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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29회 작성일 19-11-05 10:5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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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생각나는 사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가을이 되면 누구에게나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흔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가을에는 남성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어 그렇다고 하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가을에 웬지 모를 쓸쓸함을 남자들이 더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되면 국화꽃이 아름답게 다가오고,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쓴 김현승 시인이 자주 생각납니다.
김현승(金顯承, 1913~1975) 시인은 평양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목회지를 따라 어디든지 옮겨가시는 아버지와 함께 제주도로 가기도 하고 전라도 광주에서 살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그의 시에는 서구 기독교의 한 전통인 청정한 윤리 의식과 함께 지조와 절개를 중시하는 우리의 선비 정신도 함께 녹아 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따라서 그가 사는 동안 줄곧 그의 정신세계 형성에 영향을 미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기독교 신앙이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의 시 속에서 절대적 타자인 하나님을 확인하고 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기독교 정신에서 배태된 높은 윤리성의 실현을 존재 차원의 과제로 삼고 이를 생명 · 순결 · 진실 등의 관념으로 수렴하려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김현승 시인을 가리켜 ‘눈물과 보석과 별의 시인’이라 부릅니다. 감성이 너무나 풍성한 시인이라는 말입니다. 그는 한국 시단의 지성을 대표하는 시인, 1960년대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게 됩니다. 이런 그가 쓴 가을의 기도를 다시 읽으며, 지난 3개월 동안 우리가 김현승 시인과 같은 노래를 불러왔음을 확인합니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늘 이 예배의 자리에 ‘가을에 사랑하기로 작정’하고, 생각난 오직 한 사람을 택한 분들의 손에 이끌려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함께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꿀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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