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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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구 댓글 0건 조회 4,014회 작성일 09-12-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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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눈물의 결혼식 열흘 만에
토요일 아침 신문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눈물의 결혼식 열흘만에… 눈물의 장례식.” 예상했던 대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12월 11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말기암환자 무료 요양시설 '샘물의집'에서 열린, 전날 숨진 박기석(42·에어컨 수리공)씨의 입관 예배 이야기였습니다. 막일로 어렵게 먹고살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박씨는 지난달 25일 부인 김옥(37)씨와 함께 샘물의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이곳 원주희(59) 목사에게 "마지막 선물로 아내에게 드레스를 입혀주고 싶다"고 부탁해 지난달 30일 부인 김씨와 늦깎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말기암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늦깎이 결혼식을 올렸던 박기석씨가 10일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의 삶은 고단했습니다. 부부는 둘 다 가난한 시골집에 태어나 중학교도 못 마치고 상경했습니다. 부부는 서울 송파구에 있던 30석짜리 냉면집에서 주방장과 종업원으로 만나 2006년 결혼했습니다. 그해 연말, 치매에 걸린 박씨의 아버지가 숨지자 부부는 장례비용 4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월세방 보증금을 뺀 뒤 하루 3만원짜리 여관을 전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10월, 부부는 밀린 여관비 120만원을 고민하다 동네 공원에서 "같이 죽자"고 다투기까지 하였습니다. 한 주민이 그 광경을 보고 여관비를 대신 갚아주어 살아남았습니다. 보증금 100만원에 15만원짜리 월세방도 구해주었습니다. 올 3월 박씨는 에어컨 수리공으로 취직했지만 안정된 나날은 지난 7월 박씨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으면서 넉 달 만에 끝이 났습니다. 

생애 마지막 말 한마디
지난 금요일 오후 2시 15분, 김 원장이 마지막 순간이 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박씨를 향해 "부인한테 마지막 말씀을 하시라"고 말했습니다. 박씨가 앙상한 왼팔을 힘겹게 움직여 부인의 손을 잡았습니다. 박씨가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부인 김씨가 "여보, 뭐라고?" 하고 가까이 귀를 갖다 댔습니다. 박씨는 숨결처럼 나직한 한마디를 남기고 손에 힘을 풀었습니다. "임종 때 속삭인 마지막 말이 뭐였느냐"고 묻자 김씨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김씨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사랑해." 

우리는 무슨 말을 하며 사는가?
박씨의 이 말은 과연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무슨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갑니다. 미운 사람도 생깁니다. 사랑스러운 사람도 만납니다. 억울한 일도 겪습니다. 분통이 터지는 일도 얼마든지 경험합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세상은 공평하지도 정의롭지 않습니다. 속임수가 횡행합니다. 적당하게 사는 사람이 공의롭게 살려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뿐 아니라 그런 사람이 잘 살아갑니다. 바른 길로 가려하면 공연히 까다로운 사람이 되어 비난을 받기가 일쑤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검찰이 부정혐의로 부르면 정치탄압이라며 법집행을 거부합니다. 국회예산을 법정기일인 12월 2일까지 통과시킨 적이 없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자신들이 어깁니다. 여당과 야당은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수당을 집권당이라고 하고 집권당이 정치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찌된 셈인지 소수파가 제멋대로 하겠다면 큰소리를 칩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마지막에 할 말을 미리부터 연습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화신인 주님이 오신 성탄의 계절에 모두가 그 말을 실컷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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