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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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구 댓글 0건 조회 3,654회 작성일 09-06-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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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파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우선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엄청났다. 김해 봉하 마을 뿐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그의 죽음은 큰 소동을 일으켰다. 어린아이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양의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그의 생전의 모습, 생전에 부르던 노래, 그가 생전에 꿈꾸던 일이 새롭게 되새겨졌다. 장례식은 추모인파 때문에 예정시간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꾸만 지연될 정도였다. 열렬 지지자를 가진 대통령의 최후다웠다.
한 편에서는 이 장례식이 단순히 장례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원망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과는 달리 현 정부를 원망하는 소리로 변질되어 사회를 분열시키길 가능성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상당한 기간 동안 우리 사회가 또다시 홍역을 앓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 사회, 삶의 현장에 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역사, 아이러니, 사상, 이성, 감성 등등의 용어들이 스쳐지나간다. 무엇보다 모순된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자살세에서 찬양까지
우선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함께 영광을 누렸던 민주당의 아이러니칼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그들은 지난달 4.26일에 끝난 재보선 선거 때에 할 수 있는 대로 친노 세력과 거리를 두려고 애를 썼다. 노대통령의 색깔은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죽고 추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민주당의 태도는 돌변했다. 그의 유지를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죽음의 위력이 대단하다.
진중권씨라는 진보주의자의 화려한 변신에 사람들이 놀라워한다. 중앙대 겸임교수인 그는 노무현 정권시절인 지난 2004년 \"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과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의 잇따른 자살을 두고 \"딴 얘기는 다 필요 없다, 자살할 짓 앞으로 하지 않으면 된다\"며 \"그걸 민주열사인양, 정권의 책임인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 시체 치우는 것 짜증 난다\"고 특유의 독설로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다. 그러던 그가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가 만나본 정치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다\"며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른다\"고 공개적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자, 일부 보수층이 해당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과거에 노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죽은 민간인의 자살을 비웃던 이가 논리를 뒤집어 자살을 미화하고 예찬하고 투쟁화 하고 있다\"며 \"자신들과 정치적 이해가 다른 사람이 죽으면 이들을 모독하고 조롱하다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맛에 맞는 사람이 죽으면 이를 찬양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소리가 나온다. 죽음은 생각을 뒤바꾸기도 한다.
생명 주께 있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일까? 우리 국민들이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어서 그럴까? 아니다. 그의 삶이 지향한 가치-지역차별타파, 기회균등, 권위주의타파 등-를 귀하게 보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람은 짐승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사회만으로는 사람을 흥분시킬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빨리 간파해야할 중요한 관점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명’을 주제로 생각하면 갑자기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통령을 지낸 분이 힘든다고 자살하면, 정말 가난하고 억울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은 앞으로 어떡하라는 것인가? 자살하면 모든 범죄관련 수사가 종결되고, 어제의 피의자가 순식간에 오늘의 영웅이 되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육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어둠에 묻혀버리는 그런 곳이 아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한 것이요 그 후에는 하나님의 최종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히9:27).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삶과 죽음의 문제에 혼돈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무척 아프고, 그리고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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