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미있게 미래를 말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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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구 댓글 0건 조회 3,641회 작성일 09-06-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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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한국 정치
정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세계의 정치 현장은 재미있다. 언제나 그치지 않는 갈등의 현장에 서서 사람들을 요리(!)하는 정치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속이야 어쨌건 겉으로는 전통과 역사, 정의와 평화, 복지와 같은 굵직한 주제를 논하면서 국민들을 흥분시키고 재미있게 해야 할 자리에 있다. 그런데 왜 요즘 우리나라 정치는 이렇게 재미가 없는 것일까?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에도, 여야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뽑혀도 왜 정치현장에는 여유도 없고, 활기도 없는 것일까? 어떤 정당에 어떤 정치인이 있는지, 무슨 정치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도대체 시중에 들리는 소리가 없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유시민씨 같은, 말을 만드는 인물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색깔 있는 정치인이라고는 씨가 마른 느낌이다. 얼마 전 홍준표 의원이 같은 당에 속한 박근혜씨더러 ‘패자의 길을 가라’며 뒤늦은 권고를 던져 약간의 소란을 일으킨 것이 전부다. 자중지란이라는 것이 본시 보기에 좋을 수 없으니, 홍준표 의원의 소동이 재미를 주지는 못한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요즘처럼 정치인들이 무기력하고, 초라해 보이던 때가 언제 또 있었을까.
독재정치의 재미
정치가 실종된 요즘 들어 197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 훨씬 역동적인 세월이었다(!)는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당시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정치를 독차지 하려하던 때였다. 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국회가 있어도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소위 거수기 노릇만 강요당하였다. 그야말로 정치가 실종된 시기였다. 그런데도 대학생인 나는 그 때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았었고, 정치가 흥미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정치에 대한 재미를 마음껏 누렸다. 정치 현장을 두고 흥분할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독재정권의 압박도 있었지만, 잡초 같이 압력에 절대로 굴하지 않는 야당 인사들의 용감한 투쟁도 끊이지 않아 신바람을 느낄 정도였다. 정치 무대는 늘 위태로웠으나 정치적 거대 담론들이 끊임없이 생산되어 우리의 호기심, 정의감을 자극하였다. 해마다 대학은 휴교령이 내려 한 달 이상 학교에 갈 수 없게 되고, 쫓고 쫓기는 일이 이어졌지만 나라의 미래를 논하고, 자유와 인권, 정의와 평화를 논하던 우리의 삶은 부요했다. 재미있었다. 흥분할 일이 날마다 이어졌다. 데모 하느라 수업도 못하고, 데모하다 쫓겨 선친이 부흥집회를 인도 중이던 영도 어느 교회의 종탑에 숨어 지내기도 하고, 휴교 정책 때문에 수업료 내고 학교도 가지 못했지만, 수업 못지않은 인생 공부를 하며 살 수 있었다. 독재는 싫었지만, 독재정치 때문에 나는 인간, 국가, 민족, 인권, 자유, 평화 등의 개념을 실전적으로 익혀갈 수 있었다, 우리의 젊은 시절은 결코 빼앗긴 세월이 아니었다. 지향해야 할 목표가 분명한 삶이었고, 그 세월이 뚜렷하게 머리에 각인되어 있어, 추억이 가득한 생을 얻은 셈이었다. 독재는 결코 정치를 없애지 못했고 오히려 정치를 고도로 활성화 시킨 공을 세웠다.
정치실종, 미래의 실종
“국민 100명 가운데 76명은 임금과 근로시간을 줄여서라도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
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20.6%가 일자리 나누기에 ‘매우 찬성한다’고 밝혔고 55.7%가 ‘찬성하는 편’이라고 대답하는 등 76.3%가 이 정책을 지지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35.4%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임금을 10∼20% 삭감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임금을 20∼30%를 깎아도 괜찮다는 사람도 18.2%나 됐다.” 신문은 이렇게 보도하며 당장 벌어질 비정규직 해고 사태를 걱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려 애를 쓰는데, 정작 정치는 말이 없다. 대책이 없다. 서로 으르렁 거릴 뿐이다. 해고될 노동자는 어쩌란 말인가? 표 얻으려 머리를 90도로 숙이던 국민들을 앞에 두고, 자존심싸움을 벌이는 꼴은 너무 재미없다. 독재정치도 재미있었는데, 21세기 정치가 왜 이 모양일까?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먼저 구할 것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알도록 권고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아로새겨야 한다. 한국정치처럼 엉뚱한 일만 하다 세월 허송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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