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이명박, 그리고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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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성구 댓글 0건 조회 5,211회 작성일 09-01-2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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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초에 쓴 글이다. 여전히 중요한 인간의 품격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오바마와 이명박, 그리고 노무현
미국에서는 지금 오바마 열풍이 한창이다. 비록 뉴햄프셔선거에서는 졌지만 선거직전 여론 조사에서 10%이상의 차로 이겼다 힐러리의 눈물 때문에 2%차 역전을 당한 오바마의 선전(善戰)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여전히 백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케냐출신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인도네시아 남자와 재혼한 하와이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오바마는 결코 미국의 주류사회에 쉽게 편승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다. 어린 시절 자카르타 살다 10살에 하와이로 돌아와 조부모와 함께 살았던 그는 결코 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덕목은 품위”라고 외치며 미국 사회, 특히 정치권의 추잡스러운 모습에 일침을 가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품위 있는 대접을 받으며 살아오지 못했으나 그는 품위를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워싱턴은 노련한 정치인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오바마는 정치경력이 짧다. 그렇지만 초선 상원의원 오바마는 민주당 대통 령 후보에 나서 지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역시 심한 인생의 굴곡을 겪은 사람이다. 지독히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오로지 형 한 사람 교육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있을 때 선생님의 간청으로 야간 고등학교에 지원서를 냈고 3년 동안 장학금을 받아 그 학교를 졸업했다. 물론 학교 다니면서 낮에는 어머니와 함께 길거리에서 장사를 해야 했다. 교복입고 장사해야 하는 자신이 창피해 큰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리다 어머니에게 혼이 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회의 밑바닥에서 성장한 사람이다. 대학이라는 것도 졸업하기 위하여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입학이 되면 바로 그만두더라도 ‘대학중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겠다 싶어 청계천 헌책방에서 책을 사서 공부했고 누군가를 만나 그가 고려대학에 입학원서를 내니 자신도 따라서 그 대학을 지원하여 합격했다. 그러다 순전한 ‘시골 촌놈’이 놀랍게도 현대건설의 최연소 이사, 사장, 회장을 거쳐 대통령이 된 것이다. 전혀 배경이 없는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려하고 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오바마와 이명박이 미국과 한국이라는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동일하게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치인은 사람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주어진 지위를 누리기에 바쁘거나 끼리끼리 모여 히히낙낙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을 바라보며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이미 주어진 조건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을 뒤바꾸는 열정과 기개로 얼마든지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며 보통 사람들은 흥분하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도 위의 두 사람과 비슷한 환경을 타고 났다.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대통령을 5년씩이나 지난 지금, 왜 그는 가장 실패한 사람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만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바마가 말하고 있는 ‘품위’를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말버릇은 언제나 밑바닥 인생 그대로였고, 그의 상상력은 ‘남북관계만 잘하면 다른 것은 다 깽판 쳐도 좋다’는 식의 천박함을 드러내었다. 어떻게 남북문제를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전부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북의 문제도 알고 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과정 중 하나일 뿐인데도 그는 그런 식으로 인식해 버렸다. 건설현장에서 뼈가 굵은 이명박씨 역시 경박성에서는 노무현과 별 다르지 않을 조건을 타고 났다. 그러나 그는 당선 첫 음성으로 “국민을 겸손히 섬기겠습니다”는 가장 품위 있는, 가장 성경적 언어를 선택하여 우리를 안심시켰다.
소위 포스트모던 시대, 모든 권위가 해체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품위와 품격을 지키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의 사람다움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음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품성을 닮아가는 데 있다. 차갑기만 한 힐러리를 누르는 오바마의 돌풍 속에, 부서진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백합이 피어날 수 있음에 흥분하는 미국을 바라보면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시작된 ‘섬김의 도’를, 말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대통령을 가진 위대한 국민이 되고 싶어진다. 그랬으면 좋겠다.
2008.1.12 하나교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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