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별 수 없는 죄인임을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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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71회 작성일 18-07-31 09:4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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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별 수 없는 죄인임을 알았다면”
드루킹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괴물이 등장한 후 시간이 제법 지나갔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 상에서 사람과 기계가 함께 동원되어 엄청나게 댓글을 조작하는 일이 벌어져 특검까지 세워져 조사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을 뿐, 그다지 일반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한 댓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구체화되어갔지만 워낙 엄청난 일을 많이 겪었는지라 국민들이 그렇게 흥분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냥 그렇게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노회찬이라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진보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국민을 놀라게 하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이 머리에 남아있는 데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때와 마찬가지로 노의원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주는 충격이 작지 않았습니다.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평소에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하고 불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크게 질책해 왔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은 혜택을 누린다며 각종 혜택을 줄이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그가 드루킹이라는 댓글 조작 범인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이 확실해지면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사회로부터 받을 비난과 여론의 뭇매에 대한 두려움이 결국 이 같은 일을 저지르게 하지 않았는가 짐작하게 합니다. 한 푼도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그것이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면서 그는 스스로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는 SNS를 통한 사회적 비난을 감당할 길을 찾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쉬워합니다.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명을 버려야 할 일인가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그의 죽음을 미화하고 싶어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두고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죽음으로 보고 싶어합니다. 수만 명이 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물론 그의 죽음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음모론이 불거집니다. 13가지 타살을 입증하는 의문점이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집권세력에게 닥쳐온 곤혹스러워진 정치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일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혹자는 우리 모두에게 ‘너그러운 사회적 용서’를 익힐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간음한 여인을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 앞으로 끌고 왔을 때 예수님께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신 일을 기억해냅니다. 간음한 여인은 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죽어야 했습니다. 그게 당시의 율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너그러운 사회적 용서’였으니 오늘 우리가 이런 너그러운 자세로 다가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런 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그때까지 노회찬 의원에게 매를 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전후 사정을 잘 설명했으면 평소의 그를 아는 국민들은 아마 그를 쉽게 용서해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훌륭했지만 우리 인생 모두가 예외 없이 죄인임을, 그 어떤 경우에도 별 수 없는 인생이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직시해 본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이 가진 의(義)가 아무 것도 아님을 제대로 알았다면, 회개와 용서의 길을 찾았을 것인데, 자기에게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고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 인생 모두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존재입니다. 허물진 백성 중에 하나임을 알고 겸손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를 절감합니다. 별수 없는 인생임을 알고 나면, 아! 순간순간이 모두 은혜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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