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사, 누가 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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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66회 작성일 18-01-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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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역사
, 누가 쓸 수 있는가?

 

새 인물, 새 역사

지난 한 주간은 대한민국 역사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정 현. 19965월생으로 만 21, 우리 나이 23살짜리 청년. TV에서는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187센티의 훤칠한 키의 테니스 선수. 그는 일약 세계 테니스계의 차세대 스타 자리를 예약하였습니다. 오랫동안 테니스계의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노박 초코비치를 3:0으로 물리치자, 시청자들은 마치 4강 상대인 테니스의 황제라 불리는 페더러도 간단히 물리칠 것 같은 자신감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다가 우승하면 어쩌지?“ 혹시 자신에게 그런 영광이 주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저는 사실 한국에서 테니스 선수 한 사람 나기를 오래 기다렸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할 80년대 후반만 해도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작은 나라였습니다. 88올림픽이 있기 전에는 물론이었고 올림픽을 치른 후에도 한국에 대해 무지한 건 비슷했습니다. 88올림픽이 끝난 뒤 어느 날 런던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한국이 어디 있나? 필리핀 근처 어디에 있나?’라고 물어 화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우리가 다스린 적이 있나?’ 갈수록 태산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발군의 테니스 선수 한 명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워낙 테니스가 인기 있는 경기라 메이저 리그에서 우승하는 선수 한 명만 나오면 유럽전역에서 한국이 달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였습니다. 그 후 30년이 되도록 그런 소식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현선수가 나타나니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4강전 경기에 임한 정 현선수가 1세트에서 쉽게 1:6으로 무너지더니 마침내 2세트에서 그냥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발바닥 부상이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본 신문에 전날 훈련 프로그램을 취소했다는 기사가 있더니 끝내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 기세대로라면 결승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있었는데 너무 쉽게 물러서버리니 섭섭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계상황이 너무 일찍 와버렸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다는 건가.... 그런데 토요일 아침, 정 현선수의 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발바닥이 움푹 패였습니다. 아아~~ 저 발바닥으로 지금까지 경기를 치렀다는 것인가... 안쓰러운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내 그 끈기와 인내에 감동이 밀려옵니다. ”발바닥 껍질을 자꾸 벗기다보니 생살이 드러나서 통증이 심해 더 이상 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계는 정 현군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페더러 선수는 정현이 곧 세계 테니스계의 톱 10이 될거라고 말합니다. 앞서 초코비치는 정현선수와의 경기가 마치 벽을 치는 것 같았다고 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였습니다. 아무리 두들겨도 공이 죽지 않고 되돌아오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한국은 테니스계에서도 의미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역사를 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새 역사의 길, 거꾸로 가는 길

고은정씨가 엮은 책 하루 한 줄 마음 산책’(문예춘추사, 92)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되고.... ‘문전박대를 거꾸로 읽으면 대박전문이 되며,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된다.” 구약 에스더서의 하만과 에스더는 인생 역전을 맛본 사람들입니다. 하만은 자신의 인생사가 뒤집어지는 것을 경험했고, 에스더는 민족이 몰살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꿈같은 새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역경의 상징인 패인 발바닥을 경력으로 내밀고, 가던 길을 돌이킬 줄 알고, 뒤집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역사를 만듭니다. 아집으로 가득 찬 정치인들에게 패인 발바닥을 자랑처럼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거꾸로 살아보기를 권유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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