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의 세상읽기

"활짝 트인 광장, 꽉 막힌 세상"

38 2019.10.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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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트인 광장
, 꽉 막힌 세상

 

요즘 서울은 사람들도 꽉 차는 날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항상 서울의 심장인 광화문이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 광장을 찾아 자신들의 소망을 노래하는 사람들도 있고,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하소연거리를 가진 사람들은 이제 으레 광화문으로 모여드는 모양새입니다. 온갖 축제도 거기서 열고 싶어 합니다. 103일 한국교회 기도의 날 행사를 한다고 하니 난데없는 축제를 101일부터 열흘간 열겠다고 하는 팀도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대규모 집회들은 어김없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온갖 구호와 퍼포먼스와 집회들이 그칠 줄 몰랐습니다. 마침내 대통령이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광장정치가 제도권정치를 압도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광장은 사람을 시원하게 합니다.

 

서울시장은 무슨 연유인지 그런 광화문 광장을 자신의 생각대로 뜯어고치려다 반대에 부딪혀 중단했습니다. 갈수록 서울 광화문 광장은 무언가 의미를 더해가는 느낌입니다. 부산 사는 우리는 감지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변화가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 주요 언론사들이 거기 모여 있습니다.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세종문화회관 덕수궁 서울시청 숭례문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2킬로미터 넘는 거리는 서울의 상징, 대한민국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거기에 꽉 차게 모인 사람들의 소리가 요란합니다.

 

광장은 본래 사람들이 모이라고 만든 곳입니다. 서구의 도시들은 모두 도시 한복판에 광장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도 여행객들이 광장에서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악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소리를 듣고 낭만을 즐깁니다. 옛날에는 광장에서 연설도 하고 토론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광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늘 붐비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이 광장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그런 광장 문화가 없습니다. 공원이라고 특정해서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니면 쉽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없습니다. 그냥 거리에 인파가 넘쳐 나는 광경만 펼쳐집니다.

 

우리나라의 광장은 역전에 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장거리 열차 이용객이 오가는 역들은 광장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그것도 요즘은 택시와 같은 차량을 위해 많이 할애되어 있어 광장의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부산역 광장이 새로 단장을 마쳤습니다. 101일부터 광장을 집회의 장소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통일광장 기도회 팀이 부산역 광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이전에는 부산역 광장도 간간히 여러 모임을 위해 사용되기는 했지만 서울 광화문 광장을 생각하면 어림도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산은 광화문 같은 광장이 없으니, 사람들이 들끓으면서 역사변혁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해운대 해변가가 대신 그 역할을 한다고 위로를 합니다만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광장이 없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 광장이 지난 3일 목요일 완전히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너무 많아 밀리다가 넘어져 곧 밟힐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 광장에서 민족의 내일을 위한 소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여 아팠습니다. 한 주간 내내 아팠습니다. 금식하며 기도하고 최대한 모든 행동을 자제하며 국가를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려하였지만 여전히 갑갑합니다. 꽉 막힌 세상, 광장처럼 툭 트인 내일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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